문화

허무주의와 욕망의 고리, 그 과격한 소용돌이

혁신에 가까운 가장 완벽한 변주

Jaewan Park기자
허무주의와 욕망의 고리, 그 과격한 소용돌이

《A Great Chaos》 — Ken Carson

Playboi Carti가 《Whole Lotta Red》로 문법을 세운 뒤, 그 짓이겨진 신스와 찢어지는 808 위에서 수많은 후배가 같은 문장을 베껴 썼다. 2020년대 초는 Metro Boomin과 Migos, Future로 대변되던 ATL 트랩의 다음 흐름이 만들어지던 때였다. 새롭게 정의된 Rage가 하나의 서브장르로 자리 잡았고, 모두가 기꺼이 Playboi Carti의 아류가 되길 자처했다. SoFaygo 같은 출중한 신예가 튀어나왔고, Trippie Redd 같은 굵직한 이름조차 이 흐름을 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 한복판에서 Carti의 Opium 사단은 하나의 인증마크였다. Ken Carson은 그 사단 안에서 Destroy Lonely, Homixide Gang과, 사단 밖에서 같은 문법을 좇는 모두와 동등한 위치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Carti의 사운드, Carti의 아류. 꼬리표는 정확했고, 그래서 잔인했다. Project X는 그의 첫 출사표였으나, 그를 지금의 위치로 만든 앨범은 아니었다.

하지만 《A Great Chaos》는 그 꼬리표를 정면으로 부순다. 이 앨범은 Rage를 새로 발명하지 않는다. 발명할 생각도 없다. 대신 이미 완성된 교과서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누구보다 과격하게 다시 연주한다. 말 그대로 완벽한 변주다.

F1lthy와 Lil 88, Star Boy, Outtatown이 쌓아 올린 프로덕션은 Rage의 관습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클리셰를 더 세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새것을 창조한다. 디지털로 으깨진 신스, 귀를 찢는 왜곡, 과잉을 두려워하지 않는 맥시멀리즘. 'Green Room'이 문을 부수며 열리는 순간부터, 이건 절제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는 앨범이다.

그런데 이 소음의 한복판에서 Ken Carson은 계속 무언가를 고백한다. 그의 랩은 화려하지 않다. 더 본능적으로, 한 단어를 내뱉는다. 《Whole Lotta Red》가 세운 Rage 랩의 문법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다만 그는 그 문법 위에 완벽한 페르소나를 자신에게 입힌다. 더 호러하게, 더 간절하게. 갈망과 쾌락, 드럭과 섹스, 원초적인 감각을 절박하게 원하고, 기어이 손에 넣고, 그러고도 모자라 더 내놓으라 부르짖는다. 이건 자본주의가 만든 허무주의를, 더 강한 욕망으로 정면 반박하는 젊은 세대의 야망에 가깝다. "돈이 다가 아니야, 예쁜 여자가 다가 아니야" 따위의 훈수는 여기서 그 어떤 공감도 일으키지 못한다.

이 앨범의 진짜 강점은, 그 욕망이 결핍에서 시작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는 데 있다. 'Fighting My Demons'에서 "I been fighting my demons"를 되뇔 때, 화려한 과시와 죽음의 그림자가 같은 소절 안에서 뒤엉킨다. 욕망을 자조적으로 되돌아보는 그 순간들이 앨범을 얄팍한 쾌락 카탈로그에서 끌어올린다. 'Jennifer's Body', 'Succubus', 'Vampire Hour', 호러의 언어를 빌려 욕망을 불러내고, 마지막 'i need u'에 이르면 결국 갈망 하나만 남긴다. 쾌락으로 시작해 공허로 끝나는 이 궤적은, 소음이 클수록 그 안의 외로움이 더 또렷하게 들린다는 역설을 증명한다. Destroy Lonely와 Lil Uzi Vert가 'Like This'에 얹은 피처링조차 그 카오스를 달래지 않는다. 오히려 부추긴다.

놀라운 건,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Ken Carson이 지독히도 차분하게 지휘한다는 점이다. 관중이 미쳐 날뛸 공간을 손수 지어 Moshpit을 일으켜 놓고, 그 한복판을 침착하게 이끄는 마에스트로 같다. 욕망, 결핍, 허무, 더 큰 욕망, 더 큰 결핍, 더 큰 허무의 악순환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보듬고, 그럴수록 더 과격하게 노래한다.

물론 약점은 있다. 18곡 내내 톤은 한 방향이고, 곡과 곡의 경계는 자주 뭉개진다. 다양성을 원하는 귀에는 지치는 앨범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단조로움이야말로 이 앨범의 전략이다. Rage는 본디 서사가 아니라 상태다. 하나의 감정을 끝까지 몰아 벽에 밀어붙이는 것. 《A Great Chaos》는 그 상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러닝타임 내내 붙든다.

카오스는 아무나 일으키지만, 완벽하게 통제된 카오스는 아무나 못 만든다. 스스로 혼돈을 이끌 만큼 강하기에, 이 정도 혼돈은 그에게 더 이상 혼돈이 아니라는 것. 슬픔과 허무주의를 부르짖던 Emo Rap의 시대를 지나, 야성적인 욕망과 결핍을 끌어안으며 Rage의 시대에 당도한 Ken Carson의 완벽한 변주가, 끝내 던지는 메시지다.

별점 ★★★⯨☆ (3.5/5.0)

한줄평
"Rage의 교과서 위 가장 완벽한 변주. 발명하지 않고도 장르의 주인이 되는 법을, Ken Carson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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