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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의 인플레이션, 오뚜기發 가격 도미노

오뚜기가 오는 16일부터 카레·케첩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7% 인상한다고 밝혔다. 국민 식탁의 단골 품목이 또다시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한편, 식품업계 전반의 연쇄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Odin Park기자
밥상 위의 인플레이션, 오뚜기發 가격 도미노

오뚜기가 오는 16일부터 카레·케첩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7% 인상한다고 밝혔다. 국민 식탁의 단골 품목이 또다시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한편, 식품업계 전반의 연쇄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상 폭과 대상 품목

이번 가격 조정은 카레, 케첩을 비롯한 소스류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인상 폭은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최대 1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측은 "원재료비, 포장재, 물류비 등 전방위적 비용 상승이 지속되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레의 경우 오뚜기가 국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품목이다. 케첩 시장 역시 오뚜기의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체재를 찾기도 쉽지 않아 가격 인상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다.

원가 압박의 구조적 배경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단발성 이슈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통계에 따르면, 국제 곡물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뒤 부분적으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 고유가에 따른 물류비 증가, 국내 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식품기업의 원가 구조는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상태다.

카레의 핵심 원료인 강황(터머릭)과 각종 향신료는 인도·동남아시아산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최근 수년간 이들 원산지의 기후 이상과 수확량 감소, 여기에 물류 병목 현상이 더해지며 수입 단가가 꾸준히 올랐다. 케첩의 주원료인 토마토 농축액 역시 국제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식품 가격 인상의 악순환 고리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결정을 넘어 업계 전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선도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들이 뒤따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2022~2023년 라면, 밀가루, 식용유 가격이 줄줄이 오를 때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가공식품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원가가 하락하더라도 판매가가 내려가는 속도는 현저히 느린 '하방경직성'이 두드러진다. 2022년 식용유 파동 당시에도 국제 원료 가격이 안정세를 찾은 뒤로도 국내 소매가 하락은 6개월 이상 지연됐다는 분석이 있었다.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오르는 것은 빠르고, 내리는 것은 더딘 구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셈이다.

정부와 소비자 단체의 반응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에 의한 가격 인상에 대해선 제재가 가능하지만, 개별 기업의 원가 반영 가격 조정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가 주요 식품업체와 정례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속도와 폭이 지나치게 크다"며 원가 구조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식품업계 관계자는 "마진율이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가격 동결은 경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맞선다.

해외 사례로 본 식품 인플레이션

식품 가격 급등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 국가통계청(ONS)에 따르면 2023년 영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한때 전년 대비 19%를 넘어서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각국은 식품 대기업들이 원가 이상의 이윤을 취하고 있다는 이른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논란에 시달렸고, 프랑스는 주요 식품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2023~2024년에 걸쳐 수천 개 식품 품목의 가격이 인상됐고,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는 가격 전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담 점검 체계를 운영하며 기업의 과도한 마진 확대를 견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식품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원료비 부담이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한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공급 불안정이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어 식품 가격의 변동성은 중장기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가격 통제보다는 식품 원가 공시제 도입, 수입 원료 다변화 지원, 국내 대체 원료 생산 기반 강화 등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관계자는 "식품 가격 인상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과 기후 리스크에 있으며, 이를 기업과 소비자가 분담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발(發) 가격 인상이 단순히 카레 한 봉지의 가격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밥상 물가는 서민 삶의 온도계다. 그 온도가 오를 때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언제나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구 등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을 정책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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