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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스테이지] NewJeans: 가장 빨리 타올랐고, 가장 오래 꺼져 있었다
가장 빨리 타올랐고, 가장 오래 꺼져 있었다. 이제 다시 켜질 수 있는지가 남은 질문이다
2026년 7월, 한국 유통업계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지속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번 주부터 점포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업 하나의 퇴장이 아니다.

2026년 7월, 한국 유통업계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지속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번 주부터 점포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업 하나의 퇴장이 아니다. 이는 한국 오프라인 유통 생태계의 구조적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읽힌다.
몰락의 연대기: 영국 자본의 실패한 실험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이 설립한 마트로 출발했다. 이후 영국계 유통 그룹 테스코(Tesco)가 인수해 운영하다가,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약 7조 2,000억 원에 인수하며 역대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기업 인수 거래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 거래는 처음부터 논란을 낳았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막대한 차입을 일으켰고, 이 구조가 이후 재무 건전성 악화의 뇌관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5년 초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 당시, 부채 규모는 수조 원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MBK가 인수 직후 점포 부동산을 세일앤드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해 단기 현금을 확보했지만, 그 결과 매년 수천억 원대 임차료 부담이 고정비로 굳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무 구조가 취약해진 상태에서 온라인 유통의 파고가 덮쳤고, 결국 버텨낼 여력이 소진됐다.
구조적 위기: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의 한계
홈플러스의 몰락을 단순히 경영 실패로만 귀결시키는 것은 현상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가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채널 비중은 매년 확대되는 반면 대형마트는 역성장을 거듭해왔다. 쿠팡, 네이버쇼핑, SSG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식품과 생필품 시장마저 잠식하면서 대형마트가 가진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의 이점이 퇴색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0년대 들어 전체 소매판매액의 30%를 훌쩍 넘어섰고, 그 비율은 지속 상승 중이다.
여기에 1~2인 가구의 증가라는 인구구조 변화도 대형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가고, 소량 구매와 즉시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됐다. 유통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모델은 대가족 중심의 주말 쇼핑 문화를 전제로 설계됐는데, 그 문화 자체가 해체됐다"고 지적한다.
협력업체·직원·소비자의 3중 피해
홈플러스 폐점의 충격파는 다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홈플러스 납품 협력업체들이다. 홈플러스와 거래해온 중소 협력업체들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점포 폐쇄가 본격화되면서 거래처 자체를 잃게 됐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중소 납품업체들이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고용 충격도 심각하다. 홈플러스는 전국 수십 개 점포에서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해왔다. 계산원, 진열 담당, 매장 관리 인력 등 상당수가 중장년 여성 파트타임 근로자로 구성돼 있어, 재취업 시장에서의 취약성이 특히 우려된다. 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 차원의 특별 고용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대형마트는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교통 취약 지역 주민들에게 홈플러스 폐점은 생필품 접근성 문제로 직결된다.
해외 비교: 영국 테스코, 미국 시어스의 전철
유통 공룡의 몰락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홈플러스의 전 주인인 영국 테스코는 2010년대 중반 회계 부정 스캔들과 경영난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미국에서는 한때 '미국 유통의 왕'으로 불리던 시어스(Sears)가 2018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Toys "R" Us)도 같은 해 청산을 선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모펀드에 의한 차입 인수, 디지털 전환 실패, 그리고 고정 임대료 부담이라는 3박자였다.
특히 시어스의 사례는 홈플러스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헤지펀드 출신의 에디 램퍼트가 인수 후 자산 매각으로 단기 수익을 챙기는 동안 본업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훼손됐다는 서사가 겹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사모펀드의 유통업 인수 패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단기 재무 공학이 장기 경쟁력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마트·롯데마트는 안전한가
홈플러스의 퇴장은 경쟁사들에도 결코 달갑지 않은 신호다. 이마트는 쿠팡이츠, SSG닷컴 등 온라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꾀하며 오프라인-온라인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마트는 일부 점포를 '제타플렉스(ZETTAPLEX)' 같은 특화 매장으로 리포지셔닝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분석가들은 "홈플러스 빈자리를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고스란히 흡수하기보다는 쿠팡 등 이커머스가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태 전체가 축소 균형으로 수렴하는 국면에서 남은 플레이어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규제 공백과 정책 과제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의 대형 유통기업 인수에 대한 제도적 감시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도 드러낸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금융감독 당국은 주로 금융기관 건전성 관점에서만 접근했을 뿐, 고용·협력업체·소비자에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사전 심사는 사실상 부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에서 사모펀드의 다중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 집단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폐점 과정에서의 협력업체 대금 보호, 직원 고용 승계 또는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적 안전망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홈플러스의 마지막 불빛이 꺼지는 이 시점은, 한국 사회가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지형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전환점이기도 하다. 카트를 끌며 주말 장을 보던 일상의 풍경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쇼핑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 중산층 소비 문화의 한 챕터가 닫히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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