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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전쟁] 오뚜기 열라면: 열 이즈 더 뉴 신

열 이즈 더 뉴 신.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Odin Park기자
[라면전쟁] 오뚜기 열라면: 열 이즈 더 뉴 신

라면은 한국인의 국민 음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라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봉지를 뜯고 끓이고 먹는 것 말고.

《라면전쟁》은 시판되는 라면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파고드는 코너다. 탄생 비화, 브랜드 역사, 시장 경쟁, 그리고 솔직한 맛 평가까지. 라면 한 봉지 안에 담긴 생각보다 긴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매회 라면 하나를 골라 별점과 함께 리뷰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오뚜기 열라면이다.

신라면이 약해졌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열라면이 조용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라면의 아성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보다 그 옆을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순두부 한 모 얹어 끓이면 된다는 SNS발 레시피가 퍼지면서 열라면은 새로운 세대의 국물 라면으로 거듭났다. '열(熱)'이 '신(辛)'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 라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이야기

열라면의 뿌리는 오뚜기가 아니다. 1985년 청보식품이 처음 출시했다. 당시로서는 꽤 매운 축에 속하는 라면이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가격은 비쌌고 맛은 평균 이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나마 매운맛 마니아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1987년 청보식품이 부도를 맞으면서 열라면도 함께 사라졌다.

오뚜기가 청보식품을 인수하면서 열라면 상표도 함께 품었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1996년, 시장이 달라져 있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연 매출 180억원 규모로 성장하자 라면 업계 전체가 매운맛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뚜기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청보 시절의 열라면 상표를 9년 만에 부활시켰다. 재출시 당시엔 끝맛이 단 편이었다. 오뚜기는 2019년 맛을 보강해 지금의 열라면이 됐다.

2000년대 마케팅 학계에서 열라면은 독특한 사례로 연구됐다. 신라면이라는 리딩 브랜드를 겨냥해 유인효과를 유발한 전략의 교과서적 예시로 언급됐다. 열라면이 존재함으로써 소비자가 신라면을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라면을 돋보이게 하려고 만든 라면이, 30년 뒤엔 신라면의 자리를 조금씩 넘보고 있다.

맛 평가

열라면의 국물은 신라면과 다른 결이다. 신라면이 소고기 육수를 중심으로 묵직한 얼큰함을 내세운다면, 열라면은 더 가볍고 깔끔하다. 매운맛의 뒤끝이 다르다. 신라면은 얼큰하고 무거운 여운이 남는 반면 열라면은 치고 빠지는 느낌에 가깝다. 스코빌 지수는 5013SHU로 신라면(2700SHU)보다 훨씬 높다. 숫자로 보면 압도적으로 맵지만, 국물 전체의 무게감은 오히려 가볍다. 매운맛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다.

면발은 신라면과 비슷한 꼬들꼬들한 질감이다. 분량은 넉넉하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열라면의 진짜 가능성을 끌어낸 건 순두부 조합이다. 2021년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가 SNS에서 퍼지면서 열라면 매출이 37% 상승했다. 순두부가 매운맛을 중화하면서 국물에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더한다. 열라면 단독으로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국물이 순두부를 만나 완성된다. 오뚜기가 이 레시피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2026년 열라면 30주년을 맞아 로열라면까지 출시한 건 이 조합의 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총평

열라면은 신라면을 이기려는 라면이 아니다. 신라면이 채우지 못하는 자리를 조용히 채우는 라면이다. 매운맛이 강하면서도 깔끔하고, 레시피 확장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합리적이다. 신라면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맵기를 순화한 사이, 열라면은 국내 매운맛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다만 단독으로 먹었을 때의 완성도는 아직 신라면에 비해 한 끗 모자란다. 순두부가 없으면 국물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건 열라면의 한계이기도 하다. 레시피 의존도가 높은 라면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열 이즈 더 뉴 신(熱 is the new 辛)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적어도 매운 국물 라면 시장에서 열라면이 신라면의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 (3.5/5.0)

한줄평
"신라면이 세계를 향해 나간 사이, 열라면이 국내 매운맛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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