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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아만, 글로벌 럭셔리 호텔 동맹의 속내

신세계그룹이 세계 최고급 호텔 브랜드 중 하나인 아만(Aman)과 손을 잡고 글로벌 럭셔리 호텔 개발에 나선다. 국내 유통 공룡이 단순한 호텔 운영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초고급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Odin Park기자
신세계·아만, 글로벌 럭셔리 호텔 동맹의 속내

신세계그룹이 세계 최고급 호텔 브랜드 중 하나인 아만(Aman)과 손을 잡고 글로벌 럭셔리 호텔 개발에 나선다. 국내 유통 공룡이 단순한 호텔 운영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초고급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아만은 1988년 인도네시아 발리에 첫 리조트를 연 이후 현재 전 세계 34개국에 약 35개 이상의 프로퍼티를 운영 중인 초럭셔리 호텔 브랜드다. 객실 수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1박 요금이 수천 달러에 달하는 '극소수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아만지키(Amanjunkie)'라 불리는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신세계그룹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브랜드 임차(프랜차이즈) 계약이 아닌 공동 개발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세계가 부동산 개발, 자산 운용,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제공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운영 수수료 수익에 머물지 않고 자산 가치 상승과 브랜드 시너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국내 대형 유통·재벌 그룹이 럭셔리 호스피탈리티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전통 유통업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신세계 역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수익 모델 한계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업계 성장률은 2022년 이후 점차 둔화되고 있으며, 이커머스와 해외 직구의 공세 속에서 프리미엄 경험 경제로의 피벗은 불가피한 선택지로 거론돼 왔다.

글로벌 호텔 컨설팅 기관 HVS에 따르면 럭셔리·울트라럭셔리 호텔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8%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과 인도의 부유층 팽창, 한국·일본의 인바운드 관광 증가 등으로 수요 잠재력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와 아만의 협력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거점 개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비교 사례로는 일본 모리빌딩과 안다즈(Andaz)의 협력, 홍콩 청쿵그룹과 포시즌스 호텔의 합작이 꼽힌다. 두 사례 모두 현지 대형 자본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운영 노하우와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동산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모리빌딩은 롯폰기 힐스 내 안다즈 도쿄를 통해 복합개발지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만 브랜드는 브랜드 철학 유지를 위해 파트너십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로 유명하다. 개발 밀도, 주변 시설과의 조화, 운영 자율성 등에서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과거 여러 지역에서 보고된 바 있다. 국내 부동산 개발 논리와 아만의 '소수 정예' 철학이 충돌할 경우, 사업 완성도와 수익성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무적 리스크도 주목해야 한다. 초럭셔리 호텔은 객실당 건설 비용이 일반 호텔의 3~5배에 달하며, 투자 회수 기간이 15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 프로젝트의 수익성 가정이 흔들릴 경우, 대규모 자본이 장기간 묶이는 위험을 안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의 성패가 입지 선정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도심이나 제주 등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시장보다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 수요 성장 여지가 큰 신흥 시장에서의 프로퍼티 개발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가 이번 파트너십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진정한 글로벌 전략으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신세계와 아만의 동맹은 한국 대기업이 '유통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탈바꿈하려는 원대한 기획의 일환이다. 소비 침체와 산업 재편의 파고 속에서 이 전략적 베팅이 새로운 성장 축이 될지, 아니면 고비용 구조의 부담만 가중시킬지는 향후 구체적인 프로젝트 실행력에 달려 있다. 국내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 실험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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