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신작 공백 끝… '아이온2' 하나로 영업이익 775% 반등
순이익도 416% 늘어난 1119억원… 증권가 "저평가 구간, 최선호주"
크래프톤이 구글·애플의 앱마켓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자체 결제망 구축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비용 절감 전략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가 독점해온 모바일 생태계 수수료 구조에 국내 게임사가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사건으로 평가된다.

크래프톤이 구글·애플의 앱마켓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자체 결제망 구축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비용 절감 전략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가 독점해온 모바일 생태계 수수료 구조에 국내 게임사가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사건으로 평가된다.
'30% 세금'의 벽, 얼마나 두꺼운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앱 내 결제 수수료로 통상 매출의 30%를 부과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중소 개발사에는 15%로 낮춰주지만, 크래프톤처럼 글로벌 대형 게임사에는 사실상 30%가 적용된다.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 단일 타이틀만으로도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크래프톤 입장에서 이 수수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모바일 게임 관련 앱마켓 수수료 지출은 연간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체 결제망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이 금액 대부분을 비용에서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법적 기반, '구글 갑질 방지법'이 열어준 문
크래프톤의 이번 결정에는 제도적 배경이 있다.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구글·애플이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만을 강제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양사는 대체 결제 수단을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26~27%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차이를 최소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 집행에 나섰지만, 실효성 논란은 계속됐다. 크래프톤의 자체 결제망 구축은 이 법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번째 대형 사례가 될 수 있다.
해외 선례: 에픽게임즈의 전쟁, 그리고 교훈
게임사와 앱마켓의 수수료 분쟁에서 가장 유명한 선례는 에픽게임즈의 사례다. 에픽은 2020년 자체 결제 시스템을 포트나이트에 몰래 적용했다가 구글·애플 양사로부터 앱을 퇴출당했고, 이후 수년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2023년 미국 법원은 애플에 대해서는 에픽의 주요 주장을 기각했으나, 구글에 대해서는 반독점법 위반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크래프톤의 접근법은 에픽과 다르다. 에픽이 정면 충돌을 택했다면, 크래프톤은 한국의 법적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체 결제를 도입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규제 환경이 게임사에 유리하게 형성된 한국 시장에서 먼저 모델을 검증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기술적 장벽과 사용자 경험의 딜레마
자체 결제망 구축이 장밋빛 전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앱마켓 플랫폼을 우회하는 결제 시스템은 사용자가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결제 단계가 복잡해질수록 전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보안 문제도 관건이다. 애플·구글의 결제 시스템은 수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검증된 보안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크래프톤이 독자적으로 이에 준하는 보안 수준과 결제 신뢰성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결제 전환율이 10~20%만 떨어져도 수수료 절감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임 업계 연쇄 반응: 넥슨·넷마블은 어디에
크래프톤의 선제적 행보는 국내 다른 대형 게임사들의 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도 앱마켓 수수료 부담을 오랫동안 감수해왔다. 크래프톤의 자체 결제망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경쟁사들도 뒤따를 유인이 생긴다.
반면 중소 게임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에는 적지 않은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역량이 필요하다. 결국 이 전략은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사에게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설적으로 게임 산업 내 대형사와 중소사 간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글·애플의 대응 시나리오
빅테크 양사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구글과 애플이 택할 수 있는 대응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국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자체 결제 이용 게임의 검색·노출 알고리즘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의 간접 압박. 둘째, 대체 결제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여 자체 결제의 경제적 유인을 줄이는 협상 카드. 셋째, 법적 대응이나 정책 로비를 통해 제도 자체를 흔드는 방식이다.
과거 에픽게임즈 사례에서 확인됐듯, 플랫폼 사업자가 가진 앱 유통 권한은 게임사에게는 치명적 약점이다. 크래프톤이 이 구조적 취약성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이번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글로벌 규제 흐름, 크래프톤의 편인가
크래프톤의 행보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앱스토어 독점 결제 강제를 금지하고, 사이드로딩(외부 앱 설치)을 허용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도 앱마켓 독점 규제 입법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 역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문제 삼아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즉, 크래프톤의 결제망 독립 전략은 단순한 기업 결정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플랫폼 독점 해체 흐름의 한국 버전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이 분야의 선도적 규제 모델을 갖춘 만큼, 크래프톤의 성공 여부는 글로벌 게임사들의 유사 전략 채택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전망: 분수령이 될 2026년
크래프톤이 실제로 자체 결제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용자 이탈 없이 수수료 절감 효과를 거둔다면, 이는 모바일 게임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선례가 된다. 반대로 기술적 결함이나 플랫폼의 역공, 사용자 불편으로 인해 좌초된다면 당분간 다른 게임사들의 유사 시도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수년간 암묵적 관행으로 유지돼온 앱마켓의 '30% 룰'이 더 이상 당연한 전제가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의 도전은 그 균열의 시작점이며, 한국 게임 산업이 글로벌 플랫폼 권력 구조에 대항하는 전략적 실험대가 됐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