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쇼핑/인바운드

고윤정·젝시믹스, '셀럽 마케팅'의 경제학

배우 고윤정이 광고 모델로 발탁된 이후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의 일부 제품 판매량이 최대 23배 급등했다.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넘어 실질적 구매 전환으로 이어진 이번 사례는, 국내 패션·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셀럽 마케팅'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매출 드라이버임을 재확인시켜 주고…

Odin Park기자
고윤정·젝시믹스, '셀럽 마케팅'의 경제학

배우 고윤정이 광고 모델로 발탁된 이후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의 일부 제품 판매량이 최대 23배 급등했다.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넘어 실질적 구매 전환으로 이어진 이번 사례는, 국내 패션·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셀럽 마케팅'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매출 드라이버임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23배 판매 급등, 수치가 말하는 것

젝시믹스는 2015년 블랙야크 계열사로 출발해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키운 브랜드다. 레깅스를 중심으로 한 기능성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젝시믹스는 룰루레몬, 안다르 등과 경쟁하며 중고가 포지셔닝을 유지해왔다. 이번 고윤정 효과로 특정 라인업의 판매량이 최대 23배 뛰었다는 것은 단순한 반짝 효과로 보기 어렵다. 통상 광고 모델 교체 직후 발생하는 '론칭 버프'가 2~3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23배라는 수치는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수치의 배경으로 고윤정이라는 인물의 이미지 적합성을 꼽는다. 건강미와 세련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고윤정은 젝시믹스가 타깃으로 삼는 20~40대 여성 소비자층과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된다. 광고 모델과 브랜드 간의 '이미지 일치도(Brand-Endorser Congruence)'가 높을수록 소비자의 구매 의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마케팅 학계의 정설이다. 2022년 한국마케팅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모델-브랜드 이미지 일치도가 높은 경우 구매 전환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 대비 평균 34% 높게 나타났다.

애슬레저 시장, 광고 모델이 곧 브랜드 정체성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홈트레이닝 문화가 정착하고, '일상복+운동복'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들은 기능적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광고 모델을 통한 감성적 포지셔닝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경쟁사인 안다르는 배우 전도연을 기용해 브랜드 고급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룰루레몬은 셀럽보다는 커뮤니티 앰배서더 전략을 택해 충성 고객층을 형성했다. 각 브랜드의 전략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소비자가 '이 옷을 입으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정체성 소비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팬덤 경제'와 즉각적 구매 행동의 결합

이번 고윤정 효과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팬덤의 충성도가 즉각적인 구매 행동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광고 모델 효과가 브랜드 인지도나 호감도 지표 개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머스가 결합된 현재의 소비 환경에서는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 하나, 유튜브 콘텐츠 하나가 실시간 구매로 직결된다.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약 61%가 SNS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착용한 제품을 검색한 경험이 있으며, 이 중 약 38%가 실제 구매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팬덤의 규모가 크고 온라인 활동성이 높은 연예인일수록 이 전환율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다.

고윤정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에스트라' 등을 통해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으며, 특히 10~30대 여성 팬들의 온라인 활동성이 매우 높다. 광고 게시물이 올라간 직후 온라인 쇼핑몰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품절 사태로 이어지는 패턴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해외 사례: 셀럽 마케팅의 명암

해외 사례를 보면 셀럽 마케팅의 양면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과 함께 만든 에어 조던 라인은 1985년 출시 첫해 1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셀럽 마케팅의 교과서적 성공 사례로 남아 있다. 반면 2022년 아디다스와 칸예 웨스트(이하 예)의 결별은 단 한 명의 모델 리스크가 브랜드 전체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디다스는 예와의 계약 해지 이후 이지(Yeezy) 라인 재고 처리 문제로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국내에서도 모델 리스크는 현실적 위협이다. 특정 연예인의 사생활 논란이나 사회적 물의가 브랜드 이미지에 즉각적인 타격을 가져온 사례는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모델 계약 시 평판 리스크 조항을 강화하고, 단일 모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추세다.

구조적 질문: 브랜드 자생력은 충분한가

23배라는 숫자의 이면에는 불편한 질문이 존재한다. 모델 효과가 사라졌을 때 젝시믹스는 스스로 설 수 있는가. 소비자가 고윤정을 사랑하는 것인지, 젝시믹스를 사랑하는 것인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를 '모델 의존성 함정'이라 부른다. 단기 매출 급등이 장기적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려면, 제품 품질과 고객 경험이 모델의 이미지만큼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제로 과거 국내 레깅스 브랜드들이 유명 모델 기용 직후 매출 폭등을 경험했다가, 모델 교체 이후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은 사례가 복수로 존재한다.

젝시믹스로서는 이번 고윤정 효과를 단순한 매출 이벤트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신규 유입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CRM 전략과 연결시키는 것이 장기 성장의 관건이 된다.

시장 전망과 시사점

애슬레저 시장은 2026년 이후에도 연평균 5~7%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와 건강 관심 증가, MZ세대의 '운동 라이프스타일' 추구는 구조적 성장 동력이다. 이 시장에서 셀럽 마케팅은 앞으로도 유효하겠지만, 그 효과는 갈수록 세분화·단기화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소비자들이 정보에 더 민감해지고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단순 광고 노출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전략과의 병행이 필요해진다.

이번 젝시믹스와 고윤정의 사례는 성공적인 셀럽 마케팅이 가져올 수 있는 최상의 단기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이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되려면, 판매량 수치 너머의 전략적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공유X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