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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웃는데 주가는 운다 — 조선주, 이제는 다시 볼 시점

반등하는 한국 증시, 이번엔 반도체 혼자가 아니다. 코스닥까지 함께 오르는 훈풍 속에서 상반기 내내 소외됐던 조선주가 눈에 띈다. 수주도 실적도 좋은데 주가만 30~40% 빠진 이 괴리, 이제는 채워질 때가 됐다

Mathew Rio기자
실적은 웃는데 주가는 운다 — 조선주, 이제는 다시 볼 시점

이 기사의 핵심 3줄

반도체 혼자가 아닌 반등

최근 한국 증시는 급락 이후 반등을 시도하는 국면이다. 이번에도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상반기와는 결이 다르다.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까지 함께 오르고, 반도체 외의 업종으로도 상승세가 퍼지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만 반도체와 관련주가 워낙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지수가 오르내릴 때 반도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이런 국면에서는 반도체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다른 업종으로 시야를 넓히는 전략이 양쪽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 된다.

왜 조선주인가 — 실적과 주가의 괴리

조선주는 이런 흐름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주가 반도체 랠리보다 먼저 크게 올랐던 업종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최근의 조정장에서 고점 대비 30~40% 넘게 빠지며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눌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하락이 업황 훼손과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주 지표는 예상외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도 견조한 수주단가를 유지한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고 있다. 조정의 원인은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하락과 차익실현 매물이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조선주가 저렴해진 것은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로 옮겨가는 사이 소외됐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 좁혀지는 격차, 그래도 남은 우위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주량 기준 점유율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신규 선박 수주량 기준 중국이 세계 시장의 63%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21%에 그쳤다. 다만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좁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이 강점을 지켜온 LNG운반선에서는 여전히 기술 우위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들은 중국이 건조하는 LNG선이 여전히 품질과 기술 면에서 한국에 못 미치고, 수주 물량 대부분이 자국 내수 물량이라고 짚는다. 다만 이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균형 있게 봐야 한다. 지난 5월 기준 한중 간 전체 수주 점유율 격차는 3%포인트까지 좁혀졌고, 한국 LNG선의 핵심 기술인 극저온 화물창 기술은 여전히 프랑스 GTT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 약점도 남아 있다. 기술 우위는 유효하지만, 절대적이거나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조선업 견제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선박과 중국 선사가 소유·운영하는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중국의 해운·조선업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미 시행 중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한때 세계 1위였던 일본은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최근 일본의 수출 선박 수주는 30% 넘게 급감했고, 정부가 2035년까지 건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며 대규모 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노후 설비와 고비용 구조 같은 구조적 한계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인도 역시 2047년까지 세계 5위권 조선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고 국내 조선 3사와 협력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2015년과 2017년에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다가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난 전례가 있어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결국 남는 것은 한국이다. 유력한 경쟁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될수록 그 반사이익이 향할 곳은 한국일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는 위협이 아니라 반격의 무기

인도·동남아시아를 단순히 잠재적 경쟁자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 조선업, 특히 HD현대에게는 중국에 내준 저가 선종 시장을 되찾아올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2007년 31%였던 한국의 상선 수주잔액 점유율은 현재 20%까지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중국은 27%에서 62%로 치솟았다. 이 역전의 배경에는 중국의 낮은 생산비가 있다. HD현대는 이 격차를 정면으로 좁히기 위해 필리핀과 베트남을 저원가 생산기지로 키우고 있다. 필리핀 수빅만의 HD현대필리핀 조선소는 베트남 조선소와 함께 이른바 '동남아 벨트'의 저원가 거점으로, 중국의 저가 수주를 측면에서 견제하는 핵심 전략지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 대비 15~20% 낮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이미 유조선 수주를 따내고 있고, 필리핀 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인력은 2배 넘게 늘릴 계획이다. 인도에도 약 4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조선소 투자가 검토되고 있다. 저가 선종을 아예 중국에 내주는 대신, 동남아 생산기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정면으로 되찾아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방산과 AI, 두 개의 새로운 모멘텀

조선주에는 전통적인 수주·실적 사이클 외에도 여러 갈래의 모멘텀이 쌓이고 있다. 하나는 방산이다.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며 국내 조선 3사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차세대 호위함 후속 건조 사업을 논의 중이고, 삼성중공업은 사로닉테크놀러지스와 무인수상정(USV) 개발에 협력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미 해군함정 설계 전문기업 깁스앤콕스와 공동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소에 상당한 투자를 한 외국 조선업체가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최대 2척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가안보각서에 서명하면서,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가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AI다. 신재생에너지와 LNG 등 친환경 가스설비 수요 확대에 힘입어 10년 넘게 침체됐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까지 열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조선사들이 보유한 대형 발전엔진 기술이 해상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데이터센터 관련 발전엔진을 수주한 사례가 있다. 방산과 AI라는, 조선업 밖에서 밀려오는 두 개의 새로운 수요처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셈이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HD현대중공업은 조선 대장주로 가장 먼저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캐파를 보유한 데다 엔진 기술까지 갖춘 업체로, 조선주 전반이 오를 때 가장 높은 주가 탄력을 보일 종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독보적인 엔진 경쟁력과 데이터센터·전력 사업으로의 확장성을 근거로 업종 내 최선호주로 이 종목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한화오션은 방산 모멘텀을 고려한다면 우선순위에 둘 만하다. 한화그룹은 이미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보유하고 있고, 그룹 전체가 방산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앞서 짚었듯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건조 허용 각서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최근 주가도 '10만 오션'(10만 원) 문턱까지 오르며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 종목 중 가격 매력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경쟁사 대비 주목도가 낮았던 탓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이 종목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몇 년간 해양 수주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앞서 짚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나 해양 데이터센터 모멘텀이 본격화될 때 가장 먼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좋은 선택지다. HD현대그룹 조선 부문의 중간지주사로, 완성 조선사뿐 아니라 조선 기자재·솔루션 사업까지 두루 갖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자회사인 HD현대삼호의 영업가치가 고스란히 이 회사의 기업가치에 반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주목할 것: 조선업종 반등의 실제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후속 계약들이 실제로 얼마나 구체화되는지, 트럼프의 해외건조 허용 각서가 실질적인 수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HD현대의 동남아·인도 생산기지 확장이 실제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단서다.

참고로 8월 17일(월)은 광복절 대체공휴일로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만큼, 다음 주 거래는 18일 화요일부터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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