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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전쟁] 오뚜기 참깨라면: 기분 좋은 고소함이 젓가락질을 부추긴다

매운맛이 지배한 시장에서 참기름 한 방울로 길을 낸 라면

Odin Park기자
오뚜기 참깨라면.
오뚜기 참깨라면.

1994년, 라면 시장은 매운맛이 지배하고 있었다. 오뚜기는 이 흐름과 반대편에서 참깨와 참기름, 계란을 꺼내 들었다. 그해 봉지면으로 나온 참깨라면은 이듬해 용기면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오뚜기를 대표하는 장수 제품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라면전쟁]의 주인공은 오뚜기 참깨라면이다.

이야기

참깨라면은 매운맛 중심이던 시장에서 참깨, 계란, 참기름이라는 새로운 조합으로 차별화하려는 시도였다. 다만 처음부터 하나의 제품으로 구상된 것은 아니다. 오뚜기는 참기름 유성스프를 중심으로 한 '참깨라면'과 계란 블록을 앞세운 '계란라면'을 따로 개발했다. 그러다 연구 과정에서 두 맛이 잘 어울린다는 점을 확인하고 하나로 합쳤다. 계란 블록은 2년의 연구 끝에 완성됐다. 실제 계란으로 전란액을 만든 뒤 동결건조해, 뜨거운 물을 부으면 계란 같은 형태와 식감이 살아나도록 했다.

제품은 이후에도 꾸준히 손질됐다. 2020년에는 계란 블록의 계란 함량을 늘렸고, 2022년에는 유성스프의 참기름과 분말스프의 참깨 원료를 늘렸다. 면에는 감자전분을 활용해 탄성을 강화했다.

브랜드의 가지도 넓어졌다. 1995년 용기면, 2010년 미니컵이 나왔고, 2020년에는 열라면의 매운맛과 참깨라면의 고소함을 합친 '열려라 참깨라면'이 출시됐다. 제품명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주문 '열려라 참깨'에서 따왔다. 하늘초의 매콤함을 더한 스프에 건파와 건청경채 건더기를 넣고, 마늘 풍미를 더한 면발을 얹은 제품이다. 이후 참깨라면 볶음면(2023년), 컵누들 참깨라면(2024년)이 나왔다. 라면 밖에서도 2021년 참깨만두, 2024년 참깨칼제비, 2025년 참깨찐만두·참깨란·참깨누들까지 '참깨'라는 이름을 단 제품이 이어졌다. 오뚜기는 2026년 '행복해져라 참깨' 캠페인을 열고 패키지 디자인도 바꿨다. 오뚜기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참깨라면 매출은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군과 IP 확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깨라면이 놓인 시장은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집계로 2023년 3분기 국내 라면 시장에서 농심이 점유율 56%, 오뚜기가 25%로 1, 2위를 차지했다. 격차가 큰 시장에서 오뚜기는 매운맛 대신 고소함이라는 다른 길로 자기 자리를 만들어 왔다.

맛 평가

1봉은 115g, 열량은 500kcal다. 조리법은 물 500ml가 끓으면 분말스프와 계란 블록, 면을 넣고 4분 끓인 뒤, 불을 끄고 마지막에 유성스프를 넣어 젓는 순서다. 스프를 두 번에 나눠 넣는 순서가 이 라면의 개성이다. 분말스프로 국물의 뼈대를 잡고, 불을 끈 뒤 마지막에 넣는 유성스프가 참기름 향을 얹는다. 그래서 국물에서 고소한 향이 가장 먼저 올라온다.

첫 숟가락은 참깨와 참기름의 고소함이 이끈다. 계란 블록이 국물에 풀리면서 질감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제조사가 소개하는 대로 끝에는 얼큰함이 남는다. 참깨를 넣어 반죽한 면은 쫄깃함이 살아 있어 국물을 머금고 올라온다. 고소함이 질리지 않게 이어지다 보니 숟가락을 놓은 뒤에도 젓가락이 자꾸 면으로 향한다. 먹고 남은 국물에 계란을 풀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참깨라면 계란찜'은 오뚜기가 간편한 별미로 소개한 방법으로, 국물의 고소함을 끝까지 쓰는 셈이다.

아쉬운 점은 나트륨이다. 1봉의 나트륨은 1750mg으로 하루 기준치의 88%에 달한다. 국물까지 비우면 부담이 작지 않다. 또 강한 자극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맛이 다소 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총평

참깨라면은 매운맛 경쟁이 한창이던 시장에서 '고소함'이라는 다른 축을 세워 30년 넘게 살아남았다. 화려한 자극보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편하게 이어지는 맛이 이 라면의 힘이다. 2022년 이후 참기름과 참깨 원료를 늘리며 고소함을 더 끌어올린 점도 이 방향과 맞닿아 있다. 봉지면에서 용기면, 볶음면, 컵누들로 이어지는 변주의 폭이 넓다는 점도 장수의 이유로 읽힌다. 나트륨 부담만 감안하면 언제 끓여도 크게 틀리지 않는 선택지다.

★★★★☆ (4.0/5.0)

한줄평

맵지 않아도 끝까지 간다, 고소함 하나로 버틴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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