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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라면 시장이 없던 시절, 오뚜기는 봉지 안에 불맛을 넣는 방법부터 연구했다

2015년 4월, 봉지 하나가 라면 매대를 바꿔놨다. 그전까지 짬뽕은 라면이 아니라 중국집에서 시켜 먹는 음식이었다. 오뚜기 진짬뽕이 나온 뒤, 짬뽕은 편의점 한 봉지로도 완성되는 메뉴가 됐다. 출시 첫 달 품절 대란. 이후 삼양 마짜장, 팔도 팔도짬뽕 등 경쟁작이 줄줄이 뒤따랐다. 그러나 지금도 "짬뽕라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진짬뽕이다.
이야기
짜장라면 시장이 짜파게티 한 제품에 40년째 묶여 있는 동안, 짬뽕라면 시장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짬뽕은 중화요리점에서 센 불에 재료를 볶아내야 나오는 맛이었고, 그 불맛을 봉지 라면 안에 구현하는 건 기술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국물 라면은 스프를 물에 풀기만 하면 끝이지만, 불맛은 재료를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그을려야 나오는 향이라 액상이나 분말 형태로 옮기기가 까다로웠다.
오뚜기는 진짬뽕을 개발하면서 국물 베이스에 실제 불맛을 입히는 조미 공정에 개발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 안에 불맛을 내는 원료를 배합해, 끓이기만 해도 웍에서 볶은 듯한 향이 나도록 설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조미 기술이 이후 나온 여러 얼큰한 국물 라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도는 적중했다. 진짬뽕은 출시와 동시에 "이건 진짜 짬뽕 맛이다"라는 반응을 끌어냈고, 짬뽕라면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새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타이밍이다. 짜파게티가 짜왕이라는 자기 복제품으로 짜장라면 열풍을 한 차례 더 일으키려던 바로 그 시기, 소비자의 관심은 진짬뽕을 따라 짬뽕 쪽으로 옮겨갔다. 농심이 짜장으로 판을 지키려는 사이, 오뚜기는 아예 새로운 판을 짜버린 셈이다. 이후 나온 삼양 마짜장, 팔도 팔도짬뽕 같은 경쟁 제품들도 결국 진짬뽕이 세운 '불맛 기준'을 따라가는 모양새였고, 짬뽕라면 시장은 몇 년 새 짜장라면 못지않은 규모로 커졌다.
맛 평가
국물을 한 숟갈 뜨면 불맛이 가장 먼저 온다. 인위적으로 태운 냄새를 얹은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재료를 볶아낸 듯한 향이 국물 전체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해물 육수 베이스와 어우러지면서 자극적이기보다는 깊고 진한 인상을 준다.
의외의 지점은 매운맛이다. 짬뽕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실제로는 그렇게 맵지 않다. 얼큰하다는 인상은 강하지만, 매운맛 자체가 혀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라서 매운맛에 약한 사람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편이다. 오히려 이 지점이 진짬뽕의 영리한 부분이다.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승부하는 대신, 불맛과 감칠맛으로 짬뽕 특유의 풍미를 완성했다. 실제로 매운맛 수치만 놓고 보면 신라면보다도 낮은 편인데, 체감 만족도는 오히려 더 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면발은 국물과 잘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두께감이 있고, 건더기 스프의 오징어·양배추가 실제 짬뽕에 가까운 비주얼을 더한다. 국물에 청양고추나 대파를 조금 더해 끓이면 배달 짬뽕에 가까운 완성도가 나온다는 이른바 '꿀조합'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부분이다.
총평
소비자가 짬뽕라면에 기대하는 건 결국 한 가지, 불맛이다. 진짬뽕은 그 한 가지를 봉지라면이라는 제약 안에서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해냈다. 매운맛으로 승부하지 않고 조미 기술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이 제품의 진짜 무기는 자극이 아니라 기술력이다. 짬뽕라면 시장 자체가 진짬뽕 이후에 생겼다는 사실이,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후발주자들이 여전히 진짬뽕의 불맛을 기준점 삼아 비교당한다는 사실이 그 기술력을 증명한다.
★★★★☆ (4.0/5.0)
한줄평
"매운맛으로 겁주지 않고, 기술력으로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