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팔고, 사람을 내보내고…K-게임의 겨울
서울 마포구의 한 게임 개발사 사무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밤새 불이 꺼지지 않던 이곳에 요즘은 이른 저녁이면 적막이 내려앉는다. 한때 이 회사에 다녔던 개발자 A씨(34)는 "팀원들이 하나둘 떠나는 걸 보면서 '다음은 나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야심차게 준비한 미국 온라인몰이 론칭 초반부터 기존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국내에서 수년간 쌓아온 멤버십 혜택과 포인트가 미국몰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충성 고객들의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야심차게 준비한 미국 온라인몰이 론칭 초반부터 기존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국내에서 수년간 쌓아온 멤버십 혜택과 포인트가 미국몰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충성 고객들의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쌓아온 혜택, 국경을 못 넘는다"
올리브영은 2025년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한 자체 온라인몰 운영을 본격화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아마존,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망에 입점하는 방식을 넘어, 자사 플랫폼으로 직접 미국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국내 올리브영 앱에서 수년간 구매를 통해 쌓은 멤버십 포인트와 등급 혜택이 미국몰에서는 연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국내 이용자들의 불만이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골드·VIP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충성도 높게 이용했는데, 정작 해외에 나가거나 글로벌몰을 이용하면 혜택이 초기화된다"는 불만이 핵심이었다.
플랫폼 분리 전략의 양날의 검
올리브영 측은 미국몰을 국내몰과 별도의 법인 및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구조상 멤버십 통합이 기술적·법적으로 복잡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가 간 개인정보보호법 차이, 환율 및 결제 시스템의 이원화, 현지 세법 적용 등은 단일 멤버십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 장벽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기업 내부의 구조적 사정이 납득하기 어렵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멤버십 연속성 문제는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과제"라면서도 "론칭 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면 충성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확장 선례들이 남긴 교훈
해외 사례를 보면, 유사한 시행착오는 반복돼 왔다.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은 미국 시장 진출 당시 현지화 전략 미비와 기존 고객 기반 연계 실패로 3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반면 스타벅스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글로벌 통합 앱으로 연동하는 데 수억 달러의 IT 투자를 단행하며 충성 고객 이탈을 최소화했다. 이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더라도 멤버십 통합이 장기적 브랜드 신뢰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할 때 멤버십·포인트 정책 혼선으로 초반 이용자 이탈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 올리브영이 이 같은 선례에서 충분한 학습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K뷰티 열풍의 수혜자, 과제도 커졌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은 K뷰티 산업 전반의 성장세와 맞닿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약 8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리브영의 글로벌 온라인몰 거래액 역시 2022년 대비 2024년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외형적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빠른 확장 속도가 내부 서비스 완성도를 앞서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몰의 경쟁력은 결국 현지 소비자를 얼마나 빠르게 팬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데, 동시에 기존 국내 팬심을 잃는 방향으로 가면 브랜드 전체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뢰의 비용, 지금이 전환점
올리브영의 미국몰 잡음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성장통'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성장통과 경영 실수를 가르는 기준은 기업의 대응 속도와 진정성에 있다.
전문가들은 올리브영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존 회원을 위한 미국몰 전환 혜택 또는 포인트 보상 정책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통합 멤버십 로드맵을 공식 발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소비자의 신뢰는 한번 흔들리면 회복에 몇 배의 비용이 드는 무형 자산이다.
K뷰티의 글로벌화가 산업의 과제를 넘어 국가 브랜드 전략과 연계되는 시점에서, 올리브영의 이번 논란은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속도'만큼 '신뢰 설계'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게임 개발사 사무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밤새 불이 꺼지지 않던 이곳에 요즘은 이른 저녁이면 적막이 내려앉는다. 한때 이 회사에 다녔던 개발자 A씨(34)는 "팀원들이 하나둘 떠나는 걸 보면서 '다음은 나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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