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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도쿄 진출…K리테일 글로벌 시대 열리나

현대백화점그룹의 프리미엄 유통 브랜드 '더현대'가 일본 도쿄에 해외 첫 거점을 마련한다. 국내 백화점이 단순한 팝업이나 입점 형태가 아닌 독립 점포 형식으로 일본 핵심 상권에 진출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K리테일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Odin Park기자
더현대, 도쿄 진출…K리테일 글로벌 시대 열리나

현대백화점그룹의 프리미엄 유통 브랜드 '더현대'가 일본 도쿄에 해외 첫 거점을 마련한다. 국내 백화점이 단순한 팝업이나 입점 형태가 아닌 독립 점포 형식으로 일본 핵심 상권에 진출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K리테일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현대, 왜 도쿄인가

더현대는 2021년 서울 여의도에 첫 문을 열며 기존 백화점의 문법을 뒤흔들었다. 영업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실내 조경과 문화 공간으로 채우는 파격적 설계, MZ세대를 겨냥한 팝업 스토어 중심의 콘텐츠 전략으로 개점 첫해에만 연매출 8,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 추가 점포를 내며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를 흔든 더현대가 해외 진출 첫 목적지로 도쿄를 선택한 것은 전략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도쿄는 연간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기준 1,500만 명을 웃도는 세계적 소비 도시이자, 아시아 럭셔리·문화 소비의 중심축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일본 내 한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패션·뷰티·식품에 대한 일본 MZ세대의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소비재 수입 규모는 2020년 대비 2024년 기준 약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K리테일의 구조적 배경: 국내 한계와 해외 기회

더현대의 해외 진출은 국내 유통 시장의 구조적 포화와도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과 소비 양극화가 오프라인 유통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새 점포를 낼 수 있는 핵심 상권 역시 한정적이다.

반면 일본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저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도쿄 긴자, 시부야, 신주쿠 등 주요 상권의 리테일 매출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 증가하며 5년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외국 자본 유통 브랜드로서 이 흐름에 편승하겠다는 계산이다.

차별화 전략: 공간이 콘텐츠다

더현대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 판매보다 '공간 경험' 자체를 상품화하는 데 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경우, 5층 규모의 실내 폭포와 자연 채광 구조물이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소비되며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장치로 기능했다. 도쿄 점포 역시 일본 현지 감성을 반영한 공간 설계와 한국 팝업 문화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 전략의 성패가 '현지화'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 유통 컨설턴트는 "일본 소비자는 품질과 서비스 기준이 매우 높고, 외래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존재한다"면서 "더현대가 K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를 실제 구매로 전환하려면 일본 로컬 브랜드 및 문화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세밀한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외 유통 진출의 선례와 교훈

한국 유통 기업의 해외 진출 역사는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 롯데마트는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현지 점포 대부분을 철수했고, 이마트도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이들의 공통적인 실패 원인은 현지 소비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가격 경쟁력 열세였다.

반면 성공적인 해외 유통 진출 사례도 있다. 무인양품(MUJI), 자라(ZARA), 이케아(IKEA) 등 글로벌 SPA·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브랜드 정체성'과 '공간 경험'의 일관성을 통해 국적을 초월한 소비층을 확보했다. 더현대가 벤치마킹해야 할 모델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일본 내 한국 문화에 대한 우호적 정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두텁다. 닛케이 리서치가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 20~30대의 60% 이상이 한국 문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소비한다'고 답했다. 이 문화적 자산을 상업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현대 도쿄의 과제다.

리스크 요인: 환율, 규제, 경쟁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 운영 비용 대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임차료가 천문학적으로 높은 도쿄 핵심 상권에서 초기 수년간의 적자 감내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유통 규제와 노동법, 현지 파트너십 구조도 세심하게 조율해야 할 변수다.

경쟁 구도도 만만치 않다. 도쿄에는 이세탄 신주쿠, 다카시마야, 마쓰야 긴자 등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컬 백화점들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으며, 이들은 최근 리뉴얼과 체험형 콘텐츠 강화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현대가 이들과 정면 경쟁이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전망: K리테일 글로벌화의 분기점

더현대 도쿄 진출은 단일 점포의 성패를 넘어 한국 유통 산업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K팝, K뷰티, K푸드에 이어 K리테일이 하나의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실험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 유통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소프트파워 확산'의 연장선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 공간이 K콘텐츠의 플랫폼이자 쇼케이스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더현대가 도쿄에서 공간으로 승부해 새로운 유통 문화를 수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다음 무대는 뉴욕이나 런던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현지화 실패나 수익성 문제로 좌초한다면, 한국 유통 기업의 해외 진출 시도는 또 한번 교과서적 반면교사로 남게 될 것이다. 그 성패의 답은 도쿄 한복판에서 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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