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스테이지] NewJeans: 가장 빨리 타올랐고, 가장 오래 꺼져 있었다](https://cdn.sanity.io/images/mezmw80r/production/8851532208a864f6dbf270005874773bdb8b2dfa-1000x667.png?rect=0,53,1000,563&w=480&h=270)
[온더스테이지] NewJeans: 가장 빨리 타올랐고, 가장 오래 꺼져 있었다
가장 빨리 타올랐고, 가장 오래 꺼져 있었다. 이제 다시 켜질 수 있는지가 남은 질문이다
2024년 가을, 미국 뉴욕의 한 세포라(Sephora) 매장. 진열대 한쪽을 가득 채운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 앞에 20대 여성 두 명이 멈춰 섰다. 그중 한 명이 클렌징 밤 하나를 집어 들더니 친구에게 말했다. "이거 틱톡에서 봤던 거야.

2024년 가을, 미국 뉴욕의 한 세포라(Sephora) 매장. 진열대 한쪽을 가득 채운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 앞에 20대 여성 두 명이 멈춰 섰다. 그중 한 명이 클렌징 밤 하나를 집어 들더니 친구에게 말했다. "이거 틱톡에서 봤던 거야. 한국 거래." 친구는 이미 장바구니를 꺼내 들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뷰티의 성지는 중국이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 왕홍(인플루언서)을 섭외하고, 광군제(光棍節) 행사에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지금 그 열기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 대륙으로 옮겨붙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화장품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약 14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때 K뷰티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으로의 수출은 202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업계는 이 변화를 두고 "구조적인 전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다.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한한령(限韓令)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 시장은 자국 뷰티 브랜드인 '궈차오(國潮)' 열풍으로 급격히 재편됐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산 제품에 눈을 돌리는 사이, 한국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해외사업 담당 임원은 "중국 시장에서의 경험이 뼈아픈 교훈을 줬다"고 했다. "한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외부 변수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은 단순히 대안 시장이 아니라, 우리가 진지하게 공략해야 할 핵심 시장입니다."
미국 시장의 문을 연 건 제품의 힘이었지만, 통로를 넓힌 건 소셜미디어였다. 틱톡과 유튜브에서 한국식 '유리 피부(glass skin)' 루틴이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의 MZ세대는 자연스럽게 토너, 앰플, 선크림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다단계 스킨케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국 브랜드의 이름이 낯설어도 상관없었다. '효과가 있다'는 후기가 수십만 개 쌓이면 그걸로 충분했다.
중소 브랜드들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코스알엑스(COSRX), 이니스프리, 토리든 같은 브랜드는 아마존과 세포라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특히 코스알엑스의 '달팽이 점액 에센스'는 아마존 스킨케어 부문 베스트셀러 자리를 수년째 놓치지 않고 있다. 달팽이에서 추출한 성분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도 "피부 재생에 효과적"이라는 설명 앞에선 장벽이 되지 않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K뷰티에 끌리는 이유는 단순히 트렌드 때문만은 아니다. '성분'과 '효능' 중심의 접근 방식이 미국의 합리적 소비 문화와 맞닿아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뷰티 블로거 사라 첸(32)은 "한국 제품은 마케팅보다 성분에 솔직하다는 느낌을 준다"며 "가격 대비 품질도 뛰어나고, 피부에 실제로 변화가 오니까 계속 쓰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시장은 중국보다 훨씬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같은 글로벌 공룡들이 버티고 있고, 레티놀·비타민C 등 성분 기반 미국 로컬 브랜드들도 만만치 않다. 유통망을 구축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형 브랜드와 달리 중소 업체들은 여전히 진입 장벽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한국 뷰티 업계는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을 '단기 공략 시장'이 아닌 '장기 거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의 성공이 곧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글로벌 신뢰도의 발판이 된다는 계산도 있다.
뉴욕 세포라 매장에서 클렌징 밤을 집어 들었던 그 여성은 결국 두 가지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계산대를 향해 걸어가며 그녀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국 사람들은 피부에 진짜 진심이잖아."
K뷰티가 수십 년간 쌓아온 것은 결국 그 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신뢰가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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