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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 K뷰티 수출 장벽 허문다

국내 최대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중소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고객사 지원 플랫폼을 본격 가동하며 K뷰티 생태계 재편에 나섰다.

Odin Park기자
코스맥스의 고객사 지원 플랫폼 이미지.
코스맥스의 고객사 지원 플랫폼 이미지.

국내 최대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중소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고객사 지원 플랫폼을 본격 가동하며 K뷰티 생태계 재편에 나섰다. 단순 제조 위탁을 넘어 수출 인프라 전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업계는 이를 K뷰티 2.0 시대의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K뷰티의 그늘: 중소 브랜드의 수출 장벽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85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 수치의 이면에는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한다. 수출 실적의 상당 부분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형사에 집중돼 있으며, 전체 화장품 업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브랜드들은 해외 규제 대응, 현지 인증 획득, 물류망 구축 등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해 왔다.

실제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중소 화장품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68%가 "해외 규제 정보 부족"을, 54%가 "현지 파트너 발굴 어려움"을 수출의 최대 장애물로 꼽았다. 미국 FDA 등록, 유럽 CPNP 신고, 중국 위생허가 등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 체계는 전담 인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에게 사실상 넘기 어려운 산이다.

코스맥스의 전략적 전환: 제조사에서 플랫폼으로

이번에 코스맥스가 가동한 고객사 지원 플랫폼은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플랫폼은 ▲해외 규제 컨설팅 ▲현지 인증 취득 지원 ▲글로벌 물류·유통 연결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코스맥스가 수십 년간 미국·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 해외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축적한 규제 네트워크와 시장 데이터를 고객사에 개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스맥스는 현재 미국·중국·호주·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사 수는 3,000곳을 상회한다. 이 방대한 네트워크가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맥스가 보유한 현지 규제 노하우는 어떤 컨설팅 업체도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비교: 선진 ODM의 플랫폼화 사례

이 같은 ODM 기업의 플랫폼화 전략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한다. 세계 최대 뷰티 ODM 그룹인 스위스의 인터코스(Intercos)는 2010년대 중반부터 브랜드 개발, 트렌드 리서치, 규제 대응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Beauty Solutions' 모델을 운영하며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프랑스의 LVMH 그룹 계열 뷰티 ODM사들도 원료 소싱에서 유통까지 수직 통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 제조 마진을 초과하는 서비스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제조 단가 경쟁에서 벗어나 지식 집약적 서비스로 수익원을 다변화함으로써, 중국·동남아 저가 ODM업체와의 가격 경쟁 구도를 탈피했다. 코스맥스의 이번 행보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중소 브랜드의 기대와 우려

플랫폼 가동 소식에 중소 브랜드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인디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자체 수출팀을 꾸리기 어려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코스맥스 같은 대형 파트너가 규제·물류를 함께 해결해준다면 진입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종속 리스크를 지적한다. 코스맥스 플랫폼에 수출 전반을 의존하게 될 경우, 브랜드 고유의 해외 네트워크나 협상력을 스스로 키울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뷰티 스타트업 대표는 "파트너십의 조건과 데이터 주권 문제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서비스 수수료 구조의 투명성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ODM 제조 계약과 플랫폼 서비스 계약이 패키지화될 경우, 개별 서비스의 비용을 명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중소 기업에 불리한 계약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파급력: K뷰티 생태계의 재편 가능성

코스맥스의 플랫폼이 안착할 경우, K뷰티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우선 '아이디어는 있지만 수출 역량이 없는' 소규모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가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한류 콘텐츠와 결합된 K뷰티 인디 브랜드의 다양성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분석에 따르면, 인도·동남아·중동 등 신흥 뷰티 시장에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현지 유통망과 규제 대응 역량 부족으로 실질적인 시장 침투율이 기대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코스맥스 플랫폼이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면, K뷰티 수출 저변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코스맥스의 이번 플랫폼 전략은 민간 주도의 수출 생태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도 크다. 정부의 K뷰티 지원책이 전시회 참가 지원, 바이어 매칭 등 일회성 사업에 집중된 데 반해, 코스맥스 모델은 지속 가능한 수출 인프라를 민간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같은 민간 플랫폼을 중소기업 수출 지원 정책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플랫폼 이용 중소 브랜드에 대한 수출 바우처 지원, 규제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공공-민간 공동 구축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K뷰티의 미래는 대형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 파워에만 달려 있지 않다. 다양한 인디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촘촘히 갖추느냐가 장기적인 경쟁력의 핵심이다. 코스맥스의 플랫폼 실험이 그 첫 번째 본격적인 답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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