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스토리

이번 달에만 IMF 때보다 더 빠졌다 — 갈피 못 잡는 투자자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코스피가 이틀 연속 사상 초유의 폭락을 기록했다. 이달 하락률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크다. 원인은 무엇이고, 지금은 어떤 국면이며, 투자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Mathew Rio기자
이번 달에만 IMF 때보다 더 빠졌다 — 갈피 못 잡는 투자자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코스피가 이틀 연속 사상 초유의 폭락을 기록했다. 이달 하락률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크다. 원인은 무엇이고, 지금은 어떤 국면이며, 투자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이 기사의 핵심 3줄

무슨 일이 있었나

29일 코스피는 개장 초 강세로 출발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해 5.98% 급락한 5663.24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5262.77까지 밀리며 5200대까지 내줬다. 전날인 28일 이미 코스피는 732.09포인트(10.84%) 폭락한 6023.66에 마감한 상태였다. 역대 두 번째로 큰 하루 낙폭이었고 장중 하락률은 11.29%까지 확대됐던 날이다. 코스닥도 같은 날 7.72% 급락하며 장중 700선이 무너졌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8일 전날보다 7.58% 급등한 83.43으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9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틀을 합쳐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속으로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을 25거래일 누적 기준으로 계산하면 낙폭은 33.9%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 19일의 3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20.3%), 올해 4월 이란전쟁 여파(-14.7%), 2022년 글로벌 긴축기(-14.1%), 2018년 미·중 무역분쟁(-13.3%) 등 그동안의 주요 급락기를 모두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원인 ① AI·반도체를 둘러싼 회의론

이번 폭락의 진앙은 반도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실적이 잘 나와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국면이 반복되고 있다. 알파벳이 지난 22일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7%가량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 소식이 겹치며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CXMT 상장 다음 날인 28일, '차이나 반도체 쇼크'라는 이름 아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3%, 14% 안팎 급락했을 정도다. 다만 이 반응이 실제 위협 수준에 비례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CXMT가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쪽이다. HBM 기술 격차는 5년 안팎, 범용 D램 공정 격차도 3년 정도로 여전히 크고, 자체 개발한 노광장비 역시 최첨단 제품에는 미치지 못한다. CXMT를 둘러싼 리스크 자체도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안이라, 상장 시점을 계기로 위협 수준이 갑자기 커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완전히 무시할 변수는 아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12조~14조 원의 자금이 삼성전자 비중이 큰 범용 D램 증설에 투입되면, 저가 물량 공세로 메모리 가격 하락 사이클을 앞당기며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은 실질적인 위험으로 남는다. 요컨대 이번 급락은 CXMT의 현재 실력보다는, 향후 자금력을 앞세운 저가 경쟁 가능성에 대한 경계 심리가 다소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SK하이닉스는 29일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에는 못 미쳤고, 회사 측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벤더 파이낸싱과 순환적 자금조달 우려도 투자심리를 압박한 요인으로 꼽힌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5% 가까이 하락했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함께 올랐다.

원인 ② 레버리지發 반대매매와 투매

두 번째 축은 수급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쏠리면서, 정작 본진인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돈이 파생상품으로 몰리는 '왝더독' 현상이 벌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코스피가 9000대에서 6000대까지 떠내려간 낙폭의 상당 부분을 레버리지 상품 효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수가 급락하자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상품에서 반대매매가 촉발됐고, 이는 다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검은 화요일'이었던 28일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레버리지 투자한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인 ③ 새로운 악재의 선반영 — 연준의 기습 인상 가능성

세 번째는 그동안 시장이 염두에 두지 않았던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8~29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동안 시장은 동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봤지만,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재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일주일 만에 13%에서 38%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여전히 동결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회의를 "살아있는 변수"라고 표현했고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 반반의 확률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요인도 겹친다. 한국은행은 이미 2주 전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며 매파적 기조를 재확인했고, 증권가에서는 연내 3.00%까지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통화정책이 동시에 긴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실제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FOMC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30일 새벽 발표될 예정이다.

지금은 어떤 국면인가

먼저 펀더멘털의 훼손은 아직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는다는 게 여러 증권사의 공통된 진단이다. KB증권은 이번 조정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고 평가했고, 흥국증권은 현재 시장이 AI 산업의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부상을 둘러싼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짚었듯 CXMT의 실제 기술 수준은 아직 위협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평가인 만큼, 이 우려 역시 실체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 물론 CXMT의 자금력이 범용 D램 마진을 압박할 여지, SK하이닉스의 이번 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임에도 컨센서스를 밑돈 점 등은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펀더멘털에 아무 문제가 없다'기보다는 '치명적인 훼손까지는 아니지만 가볍게 넘길 신호도 아니다' 정도로 보는 게 더 정확한 진단에 가깝다. 키움증권은 연쇄적인 조정을 거치며 시장의 면역력 자체가 약해져, 주가가 하락할수록 심리적으로 악재만 더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이번 하락의 규모 자체는 과거 위기와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다. 25거래일 기준 낙폭(33.9%)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34.7%)에 근접한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닷컴버블, 2010년 이후로 손꼽히는 시스템 리스크급 사건으로 규정하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이런 극단적 비교가 나온다고 해서 이번 사태의 성격이 반드시 과거의 위기들과 같다는 뜻은 아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팬데믹은 국가 경제나 실물 경제 자체가 흔들린 사건이었던 반면, 이번 사태의 상당 부분은 레버리지 상품發 유동성 쇼크로 진단되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의 성격이 다르다. 실제로 팬데믹 당시에는 ELS 마진콜 사태로 하루 1조 원 단위의 마진콜이 발생하고 한국은행이 외환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에 나섰을 만큼 실물·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렸다. 이번 사태는 아직 그 수준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졌다는 증거는 없다.

셋째, 공포심리는 명백히 극단적인 수준까지 높아진 구간이다. VKOSPI는 지난 6월 29일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97.99까지 치솟은 바 있고, 이번 폭락 과정에서도 장중 90선을 다시 넘어섰다. 개인과 외국인이 동시에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는 패닉셀 양상도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런 국면에서 나오는 조언들은 대체로 몇 가지 원칙으로 모아진다.

먼저 지금 가격대에서 매도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낙폭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추가로 던지는 것은, 그 아래로 더 떨어질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강하게 매수하기도 쉽지 않다. 연준의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레버리지 상품發 수급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신호도 없는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교과서적인 원칙은 반등을 확인한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바닥을 정확히 맞히려는 시도보다는, 하락이 진정되고 방향이 바뀌는 신호를 확인한 다음 대응하는 편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안전하다.

다만 동시에, 과매도 구간과 극단적인 공포심리는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투자 기회가 됐다는 점도 사실이다. 지금 시장에 나오는 진단들 중 상당수가 이번 하락을 펀더멘털 붕괴가 아닌 유동성·수급 쇼크로 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VKOSPI 같은 공포지수가 과거 위기들의 정점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저가 매수의 논거로 쓰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금 가격대에서는 한 번에 베팅하기보다 여러 차례에 나눠 사는 분할 매수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진입 시점을 분산하면 추가 하락 시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반등이 예상보다 빨리 올 경우의 기회비용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의 상당 부분이 레버리지 상품發 반대매매로 증폭됐다는 점은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신용거래, 담보대출, 레버리지 금융상품은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이번처럼 급락이 시작되면 반대매매를 촉발하며 하락을 스스로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레버리지 투자 자체를 자제하는 것이 여러 조언 가운데 가장 일관되게 반복되는 원칙이다.

주목할 것: 한국 시간으로 30일 새벽 발표될 FOMC 결정, 그리고 정부가 검토 중인 레버리지 투자한도 등 후속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 두 변수 모두 이번 폭락이 여기서 진정될지, 아니면 추가로 이어질지를 가를 단기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분 | 이번 폭락(2026년 7월) |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 1997년 외환위기

25거래일 기준 낙폭 | -33.9%(역대 2위) | -34.7%(역대 1위) | 이 기준 통계 없음(월간 -27%)

성격 | 레버리지發 유동성 쇼크 + 반도체 경쟁 우려(과장된 측면 있음) | 실물경제 셧다운 + 금융시장 마진콜 사태 | 국가 외환·금융 시스템 위기

펀더멘털 훼손 여부 | 치명적 훼손 증거는 없으나 일부 우려 요인 존재(경계는 필요) | 실물경제 활동 자체가 마비 | 실제 국가부도 위기

당국 대응 | 레버리지 투자한도 검토 중 | 무제한 RP 매입(외환위기 때도 없던 조치), 10.8조 원 규모 다함께코리아펀드 조성 | IMF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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