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KT, 조선소 피지컬 AI 혁신 선도…하이퍼 AI 네트워크 수주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실증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조선업계에 피지컬 AI 시스템을 본격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Odin Park기자
KT, 조선소 피지컬 AI 혁신 선도…하이퍼 AI 네트워크 수주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실증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조선업계에 피지컬 AI 시스템을 본격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26년 7월 공개된 이번 사업은 AI와 물리적 환경을 결합한 차세대 산업용 지능형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며, 통신사가 단순 인프라 제공자를 넘어 산업 디지털 전환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는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피지컬 AI란 무엇인가: 디지털과 물리 세계의 융합

피지컬 AI(Physical AI)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생성형 AI와 달리, 로봇·센서·자율 장비 등 물리적 기계가 AI 알고리즘과 실시간으로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판단·행동하는 기술 개념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2024년 CES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가 다음 물결"이라고 선언한 이후, 글로벌 기술업계에서 제조·물류·에너지 등 현장 산업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조선업은 피지컬 AI의 최적 시험 무대로 꼽힌다. 수만 개의 부품이 복잡하게 얽힌 대형 선박 건조 현장은 용접·절단·도장·자재 이송 등 반복적이면서도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이 공존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취업자 수는 2014년 약 20만 명에서 최근 10만 명대 초반으로 급감했으며, 고령화와 기피 현상으로 인한 구조적 인력난이 자동화·지능화 도입의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다.

KT의 전략: 통신망을 AI 신경계로

KT는 이번 실증 사업에서 5G 특화망(이하 5G SA·스탠드얼론)과 멀티액세스 엣지 컴퓨팅(MEC)을 기반으로 조선소 내 AI 로봇, 자율이동로봇(AMR), 스마트 안전 감시 시스템 등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현할 계획이다. 핵심은 초저지연·고신뢰 통신망이 조선소 현장 곳곳의 AI 단말기에 실시간 명령과 데이터를 전달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아키텍처다.

KT 관계자는 "단순히 와이파이나 일반 LTE를 조선소에 까는 것이 아니라, AI 추론과 제어 명령이 수 밀리초(ms) 이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AI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KT가 기존 'AI 컴퍼니' 전환 전략의 연장선에서, B2B(기업간 거래) 영역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

조선업 디지털 전환의 구조적 배경

한국은 2024~2025년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약 70%에 육박했으며,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LNG 운반선·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약 2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 비용이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소의 경쟁력은 결국 품질과 납기인데, 인력 부족과 생산 효율 저하가 동시에 발생하면 이 강점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로봇 기반 자동화는 이 구조적 문제를 돌파할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들은 이미 용접 로봇, 자율 블록 이송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들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통합 AI 네트워크 환경은 아직 초기 단계다. KT의 이번 실증 사업이 이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해외 비교 사례: 독일·일본·중국의 스마트 야드 경쟁

해외에서도 스마트 조선소(Smart Yard) 구축 경쟁은 이미 가열되고 있다. 독일 마이어 베르프트(Meyer Werft) 조선소는 2020년대 초부터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공정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크루즈선 건조 효율을 높였다. 일본 이마바리(Imabari) 조선그룹은 IoT 센서 네트워크와 AI 품질 검사 시스템을 결합한 '이마바리 스마트 야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 조선소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3년 '스마트 제조 표준 시스템 2.0'을 발표하며 조선업을 핵심 적용 산업으로 명시했고, CSSC(중국선박집단)는 자국 통신사와 협력해 5G 기반 스마트 야드를 수개 사이트에서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저비용에 더해 스마트화까지 앞서 나간다면 한국 조선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기대와 우려: 실증과 상용화 사이의 간극

이번 사업이 '실증(PoC·Proof of Concept)' 단계라는 점에서 신중론도 존재한다. 과거 4차 산업혁명 붐 시기에도 스마트팩토리·스마트항만 실증 사업들이 다수 추진됐으나, 상용화·확산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단기 실증이 끝난 뒤 유지보수 비용·기술 내재화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장 도입이 중단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중소 협력업체 중심의 조선소 하청 구조도 변수다. 실질적인 현장 작업의 상당 부분은 원청 대형 조선사가 아닌 수십 개의 협력사가 담당하는데, 이들 업체의 디지털 역량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면 AI 네트워크가 현장 전반에 스며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 본야드에서는 될 수 있어도, 협력사 단위까지 확산되려면 비용 지원과 교육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긍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KT가 보유한 전국 5G 인프라·클라우드·AI 역량을 결합할 경우, 조선소 단일 사업을 넘어 항만·철강·에너지 등 인접 중공업 전반으로 확장 가능한 레퍼런스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증권가 일부 애널리스트는 "KT의 이번 수주는 B2B AI 인프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전략적 포석으로, 장기적으로 엔터프라이즈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향후 전망과 정책 시사점

이번 KT의 하이퍼 AI 네트워크 실증 사업은 단순한 통신 인프라 공급을 넘어, 한국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AI·네트워크 융합 전략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실증 이후 상용화 로드맵과 확산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하며, 대기업 주도 프로젝트의 성과가 중소 협력사와 공유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과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성공의 열쇠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실증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표준화를 통한 업계 공유. 둘째, AI 로봇 운용 인력 양성을 포함한 노동 전환 프로그램. 셋째, 데이터 주권과 보안 체계 확립이다. 조선소는 국가 핵심 산업 시설로, AI 네트워크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피지컬 AI와 하이퍼 네트워크의 결합이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경쟁 우위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증 사례로 그칠지는 결국 실증 이후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KT와 정부, 조선업계가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착지시키느냐가 향후 국내 산업 AI 전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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