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쇼핑/인바운드

탈(脫)중국·북미 공략…LG생건 부활의 방정식

LG생활건강이 수년간의 실적 부진을 딛고 반등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는 전략적 피벗(pivot)이다.

Odin Park기자
탈(脫)중국·북미 공략…LG생건 부활의 방정식

LG생활건강이 수년간의 실적 부진을 딛고 반등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는 전략적 피벗(pivot)이다. 뷰티가 아닌 샴푸·치약 같은 생활용품(HPC·Home Care & Personal Care)이 이 전환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국發 위기,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다

LG생활건강의 중국 사업은 2021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한때 전체 매출의 30%를 넘나들던 중국 비중은 현재 한 자릿수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소비 심리 위축, '궈차오(國潮·국산 브랜드 선호)' 열풍에 따른 로컬 브랜드의 약진, 한한령(限韓令) 여파의 지속이 맞물렸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 '후(Whoo)'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구조는 중국 소비가 꺾이자 그대로 실적 충격으로 전이됐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2021년 약 1조 원 수준에서 이후 수년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단일 시장·단일 카테고리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북미,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

LG생활건강은 돌파구를 북미에서 찾았다. 2019년 미국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ctic Fox)'의 지분을 인수하고, 2021년에는 미국 피부과학 기반 더마 코스메틱 기업 '더 크렘샵(The Crème Shop)'을 인수하는 등 북미 M&A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2019년 인수한 미국 에이본(Avon) 북미 법인 계열의 생활용품 사업은 현지 유통망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의 방향성이 뚜렷하다. 뷰티가 아닌 HPC, 즉 샴푸·치약·바디워시 같은 일상 소비재로 북미 시장에 먼저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이 제품군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반복 구매율이 높아 안정적 매출 기반을 제공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브랜드 자산을 쌓는 시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이 선봉에 선 이유

뷰티가 아닌 생활용품이 북미 공략의 선봉에 선 데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시장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럭셔리 뷰티는 브랜드 인지도와 스토리텔링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생활용품은 가격 경쟁력과 성분·기능으로 승부할 수 있다. 월마트·타깃·아마존 등 대형 유통 채널에 빠르게 입점해 물량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북미 HPC 사업은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지 마케팅 강화와 함께 인지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구강케어 브랜드 '페리오(Perioe)'와 헤어케어 라인은 아시안 커뮤니티를 넘어 주류 소비자층으로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중이다.

해외 선행 사례와의 비교

비슷한 전략적 피벗은 해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 화장품·생활용품 기업 카오(Kao)는 1990년대 유럽 시장 공략 시 스킨케어보다 헤어케어 브랜드 '존 프리다(John Frieda)'를 통해 먼저 거점을 마련한 뒤 뷰티 사업을 확장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북미 시장에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 인수를 통해 K뷰티 주류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통점은 '빠른 침투가 가능한 카테고리를 앞세워 브랜드 신뢰를 쌓은 뒤, 고마진 프리미엄 제품으로 업셀링한다'는 수순이다. LG생활건강도 같은 패턴을 밟고 있다.

리스크와 과제

반등 시나리오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북미 시장은 P&G, 유니레버,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대기업이 촘촘히 자리를 잡은 레드오션이다. 유통 비용과 마케팅비 부담이 크고,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달러 환율 리스크도 수익성 관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다.

국내 사업 역시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고, 뷰티 시장은 인디 브랜드의 공세로 대기업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화장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중소·인디 브랜드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전망과 시사점

LG생활건강의 북미 피벗은 '중국 의존 탈피'라는 한국 소비재 기업 전체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실험적 해법이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 경쟁사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공략의 성패가 "현지화 깊이"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본사 주도의 획일적 전략이 아닌, 현지 소비자 데이터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이 북미에서 샴푸·치약으로 닦아놓은 길 위에 K뷰티의 미래를 얹을 수 있을지, 그 답은 앞으로 2~3년 안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공유X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