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글로벌 동맹" OUSD, 삼성·두나무 "모른다"

스테이블코인 OUSD가 삼성전자, 두나무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글로벌 동맹'을 맺었다고 홍보하고 나섰으나, 정작 해당 기업들은 "협의한 바 없다"고 일제히 부인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른바 '이름 빌리기' 마케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Odin Park기자
"글로벌 동맹" OUSD, 삼성·두나무 "모른다"

스테이블코인 OUSD가 삼성전자, 두나무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글로벌 동맹'을 맺었다고 홍보하고 나섰으나, 정작 해당 기업들은 "협의한 바 없다"고 일제히 부인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른바 '이름 빌리기' 마케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팽창, 그 이면

2025년 말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000억 달러(약 270조 원)를 넘어섰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기존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스테이블코인들이 '제도권 편입'과 '기업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OUSD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삼성전자,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등 인지도 높은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공언했다.

그러나 2026년 7월 3일 조선비즈의 취재 결과, 삼성전자와 두나무 양측은 OUSD 측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와 접촉하거나 파트너십을 논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삼성전자 측도 유사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빌리기' 사기,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

가상자산 업계에서 실체 없는 파트너십을 내세우는 수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정 기업 로고를 무단으로 홈페이지에 게재하거나, 임원 명함을 위조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식 보도자료 형태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거나, SNS를 통해 기업 관계자와 찍은 사진을 유포하는 등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가상자산 관련 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피해 금액은 약 4,20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유명 기업 및 기관 사칭형' 사기가 전체의 22%를 차지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유형으로 분류됐다. 가상자산 전문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파는 상품이기 때문에, 실존하는 대기업 이름을 끌어다 쓰는 것이 투자자 심리를 공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공백, 사기의 온상

OUSD 사태의 핵심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했으나, 이 법은 주로 투자자 보호와 거래소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준비금 구조, 마케팅 행위에 대한 별도 기준을 담고 있지 않다.

미국은 2025년 스테이블코인 규제법(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준비금 100% 보유 의무와 허위 마케팅 행위 처벌 규정을 명문화했다. 유럽연합 역시 MiCA(가상자산시장규제법) 체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엄격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수년째 논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학교 금융공학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규제 공백 상태에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주장도 마케팅 문구로 내세울 수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형사 고소나 민사 소송으로 다툴 수 있을 뿐, 사전 예방 체계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유사 사례: 루나 사태의 데자뷔

과거 테라·루나(Terra-LUNA) 사태도 초기에는 유명 기관투자자들의 참여와 대형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과장 홍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했다. 2022년 5월 테라 생태계 붕괴로 약 40조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한국인 피해자만 28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에도 파트너사로 거론된 일부 기업들이 "공식 파트너 관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일본에서도 2023년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소니(Sony), 도요타(Toyota) 등의 이름을 무단 사용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다 일본 금융청(FSA)의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FSA는 허위 파트너십 공표 자체를 금융 사기의 구성 요건으로 판단해 프로젝트 운영자를 형사 기소했다.

투자자 피해 현실화 전 조기 차단 가능한가

현재 OUSD에 대해 국내 금융 당국의 공식 조사 착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안에 대해 "피해 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선제적 개입 근거가 되는 법적 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규모가 커지기 전에 당국이 선제적으로 경고를 발령하고, 허위 파트너십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간이 신고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두나무와 같이 이름이 도용된 기업들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점: 신뢰의 외피를 빌리는 시대

OUSD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신뢰'가 얼마나 쉽게 상품화되고 도용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자체에서 '안정성'을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은 파트너십 주장이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규제 당국의 법적 권한 강화, 기업들의 신속한 이름 도용 대응, 그리고 투자자 스스로의 검증 능력 제고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름만 바꾼 유사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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