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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톱과 주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주한 세 개의 전선

실적 컨센서스는 계속 오르는데 주가는 눌려 있고, 목표주가는 증권사마다 엇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지금의 혼란은 사실 하나의 싸움이 아니라 세 개의 다른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Mathew Rio기자
반도체 투톱과 주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주한 세 개의 전선

이 기사의 핵심 3줄

실적은 오르는데 주가는 눌려 있다

지금 반도체 투톱을 둘러싼 가장 이상한 그림은 이것이다. 실적 전망은 계속 좋아지는데, 주가는 그만큼 화답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91조 7860억 원, 266조 6475억 원으로, 3개월 전 대비 각각 11.4%, 4.2% 상향됐다. 그런데 주가는 9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52주 최고가(37만 4500원) 대비 28.2% 낮은 26만 9000원, SK하이닉스가 52주 최고가(298만 7000원) 대비 39.3% 낮은 181만 2000원에 머물러 있었고,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괴리율은 9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적 눈높이는 계속 올라가는데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여름 내내 이어진 셈이다.

증권가의 시각도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지난 8월 31일 LS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올리면서, 같은 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33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낮췄다. 이유가 정확히 대칭적이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 수율이 확인되며(HBM4가 전체 HBM 출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분기 약 5%에서 2분기 약 35%까지 급증)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고, 반대로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독점하다시피 하던 HBM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 진입하면서 이익률이 정상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LS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7년 HBM 영업이익률 전망을 기존 80%에서 60% 수준으로 낮췄는데, "이익률이 너무 높으면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의 마진을 압박해 결국 범용 D램 수요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근거로 들었다. 독점에서 경쟁으로, 시장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세 개의 전선

이 혼란을 이해하려면, 지금 반도체 투톱이 동시에 세 개의 다른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봐야 한다.

첫 번째는 내부 전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의 경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D램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 39%, SK하이닉스 26%, 마이크론 25%로 삼성전자가 확실히 선두를 지켰다. 다만 진짜 승부처인 HBM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우위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앞서 짚은 것처럼 삼성전자의 HBM4 수율이 빠르게 개선되며 이 구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숫자는 삼성전자가 이겼는데, HBM 프리미엄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두 번째는 외부 전선, 중국의 추격이다.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상장에 성공하며 단숨에 본토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6세대 저전력 D램(LPDDR6) 양산에 나선다. HBM3 시제품도 이미 수율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CXMT가 공급망 양 끝단을 모두 통제하는 전략으로 한국과의 2~3년 기술 격차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반면 다른 분석은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여전히 ASML 등 선두업체와 격차가 크고, CXMT의 증설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력 고객층과는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협을 제한적으로 본다. 흥미로운 반론도 있다. KB증권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가 오히려 삼성전자의 메모리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는데, 중국산 AI 가속기가 엔비디아 GPU보다 연산 효율이 낮아 같은 연산량을 처리하려면 더 많은 가속기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세 번째는 미래 전선, 차세대 기술 로드맵 경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에서 차세대 3D 메모리 아키텍처인 zHBM과 zNAND-O 목업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SK하이닉스도, 중국도 아직 손대지 못한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승부수다. 지금 당장의 점유율 싸움보다 한 세대 앞선 기술로 판을 새로 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노무라 vs 국내 증권가 — 시각차 자체가 변수다

이 세 전선을 보는 시각차는 국내외 증권가 사이에서도 크게 벌어진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근거리 리스크에 예민하다. 낸드 가격 하락, 중국 노광기 국산화, HBM 이익률 정상화 같은 단기 변수가 나올 때마다 목표주가를 자주 흔들었다. 반면 외국계인 노무라증권은 훨씬 공격적인 구조적 재평가론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무라는 올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59만 원, 400만 원으로 올린 데 이어 6월에는 67만 원, 470만 원까지 높였고, 최근까지도 이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평균 목표주가(삼성전자 37만~45만 원, SK하이닉스 240만~331만 원)보다 50~80% 가까이 높은 수치다. 노무라의 근거는 단순하다. 두 회사의 2027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배 수준에 불과한데, 더 이상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TSMC(PER 20배)에 준하는 구조적 성장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AI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옮겨가며 향후 5년간 메모리 수요가 수천 배 늘어날 수 있는 반면 공급 증가는 5~6배에 그칠 것이라는, 상당히 파격적인 수급 시나리오도 근거로 깔려 있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노무라가 5월 이후 지금까지 이 강세론을 한 번도 꺾지 않고 유지해왔다는 점은, 국내 증권가의 잦은 목표가 수정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게 외국계 특유의 더 긴 호흡의 구조적 시각인지, 아니면 한 번 던진 파격적 콜을 쉽게 못 내리는 관성인지는 시간이 답해줄 문제다.

환율이라는 양날의 검

여기에 최근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끼어들었다. 원-달러 환율이다. 지난 5월 1559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계속 떨어져 9월 11일 기준 1345.9원까지 밀렸다. 두 달 새 200원, 12.8%에 달하는 급격한 하락이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두 회사에는 이 원화 강세가 직접적인 부담이다.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이 환율 영향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115조 5000억 원에서 104조 1000억 원으로 10%, SK하이닉스는 76조 7000억 원에서 74조 원으로 3% 낮췄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31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내렸다. 두 회사 합산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두 달 새 11조 원, 연간 기준으로는 21조 원이 증발했다. 다만 하향 폭의 비율로 보면 달러 매출 노출도가 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씨티그룹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0% 낮아진 반면 SK하이닉스는 3% 낮아지는 데 그쳤다.

다만 이걸 단순한 악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이익 추정치 하향이라는 부담을 소화해야 하지만, 추세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라 한국 증시 전체가 탄력을 받을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 단기 부담은 9월 말에서 10월 초 3분기 실적 프리뷰 시즌에 대부분 소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원화 강세가 실적에는 단기 악재이지만 수급에는 중장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이 지점은 앞서 짚은 노무라의 구조적 강세론과도 맞닿아 있다. 노무라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말 원화 강세를 계기로 한국 반도체주에 더 들어온다면, 그 자체가 노무라의 파격적인 목표주가가 현실화되는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메모리 가격 자체가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환율 역풍을 상당 부분 상쇄해 줄 변수로 남아 있다.

9월의 관전 포인트 — 결국은 수급

세 전선과 국내외 시각차, 환율 변수까지 겹친 지금, 시장이 실제로 주목하는 건 결국 수급이다. 8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7조 596억 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합쳐 2조 3000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반대로 개인은 SK하이닉스 2조 6418억 원, 삼성전자 2조 2878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발표된 두 회사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SK하이닉스 40조 원 소각, 삼성전자 90조~110조 원 규모 환원)이 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9월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세 전선에서의 우열, 노무라와 국내 증권가 중 누구의 시각이 맞는지, 원화 강세가 언제 외국인 수급의 호재로 전환되는지 —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이 수급 싸움의 결과로 가장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것: 9월 말~10월 초 3분기 실적 프리뷰 시즌에 환율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소화되는지, CXMT의 HBM 실제 양산 시점, 그리고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8월 수준의 외국인 매도를 계속 받아낼 수 있는지 여부. 이 세 가지가 지금의 엇갈린 시각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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