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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원자로를 싣는다? HD현대의 도전

배가 석유나 가스가 아닌 '원자력'으로 바다를 누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HD현대가 소형 원자로로 움직이는 배를 만드는 기술을 컨테이너선에 이어 자동차 운반선까지 넓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 기술이 무엇이고, 왜 주목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

Mathew Rio기자

배가 석유나 가스가 아닌 '원자력'으로 바다를 누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HD현대가 소형 원자로로 움직이는 배를 만드는 기술을 컨테이너선에 이어 자동차 운반선까지 넓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 기술이 무엇이고, 왜 주목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이 '용융염원자로(MSR)'를 적용한 대형 자동차운반선의 개념설계로 영국 로이드선급(LR)에서 '기본인증(AIP)'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자동차운반선(PCTC)이란 완성차 수천 대를 한 번에 실어 나르는 거대한 배를 말합니다. 또 '선급'은 배의 안전성과 설계를 검증하는 전문 인증기관이고, '기본인증'은 "이 설계 개념이 기술적으로 타당하다"고 첫 단계 검토를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아직 실제 건조 단계는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 있다'는 공인을 받은 셈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HD현대가 설계와 기술 검토를, 현대글로비스가 운항 방안을, G-마린서비스가 선박 관리 검토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자로 기술 검토를 맡는 등 역할을 나눠 진행됐습니다.

■ Q. SMR, MSR이 대체 뭔가요

SMR은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입니다.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작게 축소해 공장에서 모듈(부품 묶음) 형태로 만든 뒤 필요한 곳에 가져다 설치하는 개념입니다. 크기가 작아 발전소뿐 아니라 배에도 실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MSR(용융염원자로)은 SMR의 한 종류로, 핵연료와 냉각재를 섞은 '용융염(녹인 소금)'을 연료로 씁니다. 일반 원자로가 물로 열을 식히는 것과 달리 고온의 소금 용액을 쓰는데, 사고 시 압력이 낮아 폭발 위험이 적고 효율이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이 때문에 흔들리는 배 위 환경에 비교적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Q. 왜 굳이 원자력 배인가

이유는 '탄소중립'에 있습니다. 전 세계 해운업계는 운항 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하는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원자력 추진선은 운항 중 이산화탄소를 전혀 내뿜지 않고, 한 번 연료를 채우면 오랫동안 고출력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이 수개월간 연료 보충 없이 작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를 상업용 화물선에 적용하려는 것이죠.

특히 자동차운반선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완성차 수출 증가와 전기차 물동량 확대에 힘입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8% 성장해 2030년 약 45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HD현대로서는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입니다.

■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해사안전청(EMSA)은 원자력이 해운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연료 생산·안전·보안·인력 교육·사고 책임·보험 체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술은 좋지만, 바다 위 원자로에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보상하느냐"는 제도적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항구에서 원자력 선박의 입항을 허용할지 등 국제 규범 마련도 시급합니다.

■ 왜 중요한가

이번 인증은 당장 원자력 자동차운반선이 바다에 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 기술 경쟁의 출발선'에 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조선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결국 남보다 앞선 기술로 승부해야 하는데, 원자력 추진선은 그 핵심 카드 중 하나입니다.

HD현대가 컨테이너선에 이어 자동차운반선까지 기술을 넓힌 것은, 특정 선박을 넘어 '원자력 추진' 자체를 표준 기술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다만 제도와 안전 규범이 기술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진짜 관건이 될 것입니다. 바다 위 원자로의 꿈이 현실이 될지, 앞으로의 국제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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