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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삼킨 분리막 시장…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선택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 시장이 2026년 들어 다시 가파른 성장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중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가 한층 고착화되는 가운데, 한국 대표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역성장이라는 냉혹한…

Mathew Rio기자
중국이 삼킨 분리막 시장…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선택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 시장이 2026년 들어 다시 가파른 성장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중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가 한층 고착화되는 가운데, 한국 대표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역성장이라는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7,489 Mil ㎡ 시장, 그러나 혜택은 편중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5월 글로벌 전기차(EV·PHEV·HEV)에 탑재된 배터리용 분리막 적재량은 약 7,489 Mil ㎡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분리막 적재량은 약 2,605 Mil ㎡로 전년 동기 대비 38.7% 성장하며 전체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단락을 방지하면서도 리튬이온의 이동 통로를 제공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의 안전성·출력 성능·수명과 직결되며, 전기차 시장 확대와 대당 배터리 용량 증가, 고에너지밀도 셀 적용 확대에 발맞춰 구조적 수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의 동력은 두 갈래로 나뉜다. 중국 내에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중심의 대규모 셀 생산 확대가 분리막 수요를 견인했고, 중국 외 시장에서는 유럽과 신흥국의 전기차 판매 회복, 주요 완성차 업체(OEM)의 신규 모델 출시, 대당 배터리 용량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북미와 일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정은 비중국계 분리막 업체들의 단기 성장성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中 89.7% 점유…한국은 3.7%로 쪼그라들어

문제는 성장의 구조다. 2026년 1분기 기준 국적별 점유율을 보면 중국계 업체가 89.7%를 차지하며 글로벌 분리막 시장을 사실상 석권했다. 이는 2025년 1분기의 86.6%에서 불과 1년 만에 3.1%포인트 추가 상승한 수치다.

반면 한국계 업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1%에서 3.7%로, 일본계 업체는 8.3%에서 6.6%로 각각 하락했다. 수치로 드러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계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범용 분리막 시장에서의 공급 우위를 압도적으로 강화하는 동안, 비중국계 업체들은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업체별 성장률 격차는 이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시장 1위 SEMCORP는 약 2,205 Mil ㎡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했고, Senior(+19%)와 Sinoma(+15%)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여기에 Gellec(+72%), Lanketu(+75%), Putailai(+48%) 등 중국계 2선 업체들이 폭발적인 성장률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SKIET, 비중국 업체 중 유일한 역성장

이 같은 시장 구도 속에서 SKIET의 성과는 두드러지게 부진했다. 2026년 1~5월 SKIET의 분리막 적재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주요 공급업체 가운데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SKIET가 사실상 유일했으며, 비중국 업체 중에서도 특이한 사례로 집계됐다.

수요 둔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북미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일정 조정이 해당 지역 공급망에 연계된 SKIET의 물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SKIET는 폴란드 생산기지를 통해 유럽 시장 공급망에 편입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체들 역시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수요 조정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고부가화와 현지화, 생존의 두 축

업계에서는 SKIET가 처한 구조적 도전이 단기 수요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중국계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은 이미 범용 분리막 시장에서 비중국계 업체들이 정면 대결로 살아남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IET의 전략적 분기점이 세 가지 방향으로 압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는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이다. 세라믹 코팅 분리막, 고내열 분리막, 초박막 제품 등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범용 제품과 차별화되는 영역에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고에너지밀도 셀과 고속충전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요구가 높아질수록 이 영역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으로의 사업 다변화다. 최근 분리막 시장의 경쟁 구도는 EV용 물량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ESS용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이는 분리막 수요의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EV 시장 변동성에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셋째는 현지 생산 체계 구축과 공급망 대응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각국의 공급망 현지화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미 생산 거점 확보 여부가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중국계 업체들이 제도적으로 배제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의존도 완화가 시장 재편의 변수

역설적으로, 중국계 분리막 업체의 압도적 지배력은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리스크 요인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미·중 기술 갈등과 공급망 탈중국화 흐름이 지속될 경우, 비중국계 분리막 업체들에게는 일종의 구조적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의 완성차 업체 및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강화할수록, 검증된 기술력과 현지 공급망을 갖춘 비중국계 업체에 대한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전제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이전에 SKIET가 감내해야 할 비용과 구조 조정의 압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 거점 다변화와 고부가 제품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 투자가 수반되고, 수요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속도를 조율하는 것 자체가 경영의 난제다.

전망: 단기 역풍, 중기 기회의 갈림길

2026년 분리막 시장의 구조는 SKIET에게 단기적으로는 역풍을, 중기적으로는 선택의 기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전체 시장이 20% 이상 성장하는 환경에서 13%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기존 전략의 유효성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를 요구한다.

향후 SKIET의 실적 반등 여부는 단순히 분리막 적재량의 회복이 아니라, 고객사 다변화·ESS 대응력·북미 현지 공급망 구축·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대라는 네 가지 과제를 얼마나 빠르게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의 성장이 확실한 만큼, 그 성장의 수혜자가 될 것인지 구경꾼으로 남을 것인지를 가르는 전략적 실행력이 지금 이 순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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