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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엘앤에프, LFP 배터리 동맹…K-배터리 지각변동

SK온이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와 3년간 총 1,600억 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삼원계(NCM·NCA) 배터리에 집중해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 주도의 LFP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SK온-엘앤에프, LFP 배터리 동맹…K-배터리 지각변동

SK온이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와 3년간 총 1,600억 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삼원계(NCM·NCA) 배터리에 집중해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 주도의 LFP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LFP, 더 이상 '저가 배터리'가 아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화재 안전성이 높고, 원자재 수급이 안정적이며, 생산 단가가 낮다는 강점이 재조명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하며, 2030년에는 이 수치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스탠다드 레인지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폭스바겐·포드·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도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에 LFP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수요처의 다양화가 LFP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독주에 균열 낼 수 있을까

현재 LFP 배터리 시장은 CATL과 BYD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CATL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약 37%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LFP 분야에서는 이 수치가 더욱 높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그동안 고에너지 밀도의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했지만, 중저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LFP 전략의 부재가 점차 약점으로 부각되어 왔다.

이런 맥락에서 SK온과 엘앤에프의 이번 계약은 단순한 양극재 조달 계약을 넘어선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LFP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엘앤에프는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중심에서 LFP로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수익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LFP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이번 계약은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이 LFP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엘앤에프의 생존 전략 읽기

엘앤에프는 2022~2023년 테슬라향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테슬라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실적 충격을 받았다. 2024년에는 수백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은 이러한 위기 돌파의 핵심 카드다. 삼원계 양극재에 비해 기술 장벽이 낮은 LFP는 초기 진입이 수월하지만, 중국 기업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이기려면 생산 규모와 공정 효율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엘앤에프가 SK온이라는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600억 원 규모가 회사 전체 실적을 반전시키기엔 아직 작은 규모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은 LFP 사업의 레퍼런스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향후 추가 수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정책·산업 생태계와의 연동

정부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LFP 전환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중국산 배터리 부품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한국산 LFP 배터리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보조금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실제로 GM·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LFP를 대체할 공급망을 찾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구조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

유럽 역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배터리 공급망 실사 의무화 등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의 유럽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한국산 LFP가 '안전하고 투명한 공급망'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한다면, 프리미엄 삼원계에 이어 LFP에서도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할 여지는 충분하다.

전망: 이제 시작된 LFP 전쟁

SK온과 엘앤에프의 이번 계약은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LFP라는 새로운 전장에 진입했음을 공식화한 이정표다. 그러나 성공은 아직 보장되지 않는다. 수년간 LFP를 다듬어온 CATL의 기술·원가 경쟁력을 따라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업, 그리고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결국 이번 계약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LFP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일회성 시도에 그칠지는 향후 양사의 실행력과 시장 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가 가속화될수록 LFP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한국 배터리 업계가 이 흐름에 얼마나 빠르게 올라타느냐가 앞으로 10년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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